아빠는 무뚝뚝한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였어요. ' 밥 먹자 자자~'라는 말 조차 잘 안 하셨어요. 그래서 대부분 엄마와 상의하며 결혼 준비하였어요. 그러다 사촌언니 결혼식에 루나군을 데러 갔을 때 아빠 마음속에 준비도 없이 친척들에게 공인된 사이로 만들자 섭섭함이 팡 터져 나왔어요. "이건 반칙이다!!" 라는 짧고 굵은 한마디, 오히려 말수가 적으신 분이라 더 강렬했던 것 같아요. 아빠 나름대로는 아직 아이 같기만 한 딸을 시집보내는 것이 너무나 아쉽고 섭섭한 기분이셨던 것 같아요. 아빠는 표현을 잘 못할 뿐 감정이 무딘 사람이 아닌데 말이에요. 딸바보라 금방 풀어지셨지만 다시 생각해도 죄송스럽기만 합니다. 딸 결혼에 대해 우리 부모님 세대가 갖는 생각은 우리와 다른 것 같아요. 저는 이렇게 교통도 통신도..
결혼을 준비하는 동안 루나군이 이직을 하게 되었어요. 원래도 루나군이 야근도 많고 제가 다니던 회사 근처는 너무나도 집값이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비쌌기에 루나군 회사 근처에 10평대 아파트 신혼집으로 점찍어 놓았는데. 이직하게 된 회사가 루나군 본가와 가깝고 제가 다니는 회사는 출근길은 조금 길어지지만 환승 없이 바로 갈 수 있는 지하철이 있었어요. 또 어머님 아버님은 새로운 인생 2막으로 고향땅에 귀농 준비 중이셨어요. 아마도 같이 지내더라도 1년 정도 그마저도 주말에는 귀농 준비로 내려가시기에 어머님께서 짧게나마 같이 살아보자 하셨어요. 친구들도 부모님도 모두 말렸어요. 근데 전 왜인지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내가 좋아하는 남자의 근본인 부모님이 나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
저는 그리 여유롭지 않은 집에서 태어났어요. 어릴 적 4 식구가 18평 정도 되는 집에서 살았는데 그나마도 거실에 보일러가 안 돌아가는 집이었습니다. 나만의 공간을 가져보지 못해서인지 저는 유독 공간에 욕심이 많았어요. 박스로 집을 만든다던지 장롱 안에 들어가 혼자 공상하는 걸 좋아했어요. 조경학을 공부하고 회사에 다니다 보니 조그마한 정원이 있는 나의 집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그 꿈은 너무 막연했어요. 그 시절 저는 사회 초년생으로 1년을 열심히 모아야 겨우 1000만 원을 모았어요. 현실감 없는 집값을 보며 집이라는 주제의 이야기가 나오면 습관적으로 언젠간 이라고 말을 덧붙였였고 장난스럽게 농담 인척을 했어요. 사실 포기를 했던걸 지도 모르겠습니다. 루나군은 참 재미없는 사람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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